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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rlwind

2. 가끔씩, 자연은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 북극에서 답을 얻다

시차적응이 아직 덜 되어서인지, 아니면 긴 여정의 설렘 때문인지, 아직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눈이 번쩍 떠졌다. 롱이어비엔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나는 ‘설마 오슬로까지 타고 왔던 비행기보다 작은 비행기가 있겠어?’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섣부른 생각은 곧 깨지고 말았다. 우리는 결국 경비행기보다 아주 약간 큰 비행기를 타고 롱이어비엔으로 향했다.

롱이어비엔은 다산기지가 있는 스피츠베르겐 섬 바로 옆에 위치한 세계 최북단의 마을이다. 니알슨 같은 다른 과학기지들과는 달리, 이 롱이어비엔에는 슈퍼마켓도 있고, 진짜 집도 있고, 그리고 레스토랑도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아무튼, 예정대로라면 3시 30분 즈음에 경비행기를 타고 바로 옆, 다산기지에 가야 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나와서 바로 니알슨으로 가는 전세기 편을 기다렸다. 조금 춥기도 했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다산기지라는 생각에 다들 들떠 있었다. 그렇게 3시가 되었다.

그런데 공항 측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은 악천후 때문에 비행기가 없습니다.” 비행기가 없다고? 그렇다면, 기지에 가지 못한다는 말인가?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쉽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정말이지 아쉬웠다. 위대한 자연 앞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말 작고 미약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겸손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