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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rlwind

걷고, 다시 걷기 - 길 위에서 나를 만나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이 쉽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꼭 여기 니알슨에서 등산을 해봐야 진짜 산행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아 침을 한참 먹고 있는데 대장님께서 도시락을 싸라고 하셨다. ‘도시락?’ 그래서 왜 도시락을 싸야 하느냐고 물어봤다. 답은 간단했다. 산 위에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은 군말 없이 도시락을 쌌다.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지, 흥분되면서 동시에 걱정되기도 하였다.

우리의 목적지이다.

모든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나서 드디어 산에 올라갔다. 처음에는 신나는 마음이 앞섰다. 주위의 극지 식물도 보고, 구조토라는 동토층의 지형도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이쯤이야’라는 마음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앞으로 몇 십 킬로미터를 더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폐가 비슷한 건물이 보였다. 재빨리 다가가 보았다. 연구소 건물이었다. 이렇게 높은 산에 연구소를 지으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이 섬이 과학기지로 쓰이기 전, 이 섬에는 큰 탄광이 있었다고 한다. 탄광의 미래는 이 버려진 철길과 같을지도

이 지역에는 야생동물들도 많이 살고 있다.(사진은 엘크의 발자국)

올라가면서 볼 수 있었던 기묘한 지형들 중 하나다.


열심히 걷다 보니 드디어 빙하가 보였다. 그 맑고도 깨끗한 모습에 그동안의 피로와 다리의 고통이 모두 해소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 청명한 느낌은 어떤 말로도, 또 어떤 사진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굳이 느낌을 말하자면, 얼음으로 된 방에 푸른 전등을 켜고 시원한 빙수를 먹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빙하를 깨 먹기도 했는데 얼음이 정말 시원하고, 또 맛있었다. 목이 딱 마를 때였기도 했겠지만,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점심으로 싼 샌드위치를 먹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 정상 부근, 빙하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내려오는 길은 정말 헬리콥터라도 부르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딱 어른 손바닥만한 돌로 된 골짜기를 계속 내려오면서 발목이 몇 번이나 꺾였는지 모르겠다. 목은 마르고 발목은 아프고 다리는 쑤시는데 계속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짧게 말하자면, 나는 그 곳에서 인내심의 새로운 지평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겨우 산에서 내려오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일찍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