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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소

종교 떠나 모두 4대강 반대를 외치다



17일 토요일 7시 반 서울광장에서 '문수스님 소신공양 국민추모문화제'가 있었습니다. 온 몸을 던져 뭇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뜻을 구하신 문수스님을 추모하고, 문수스님의 4대강 반대 뜻을 이어 가자는 취지였습니다.

5시반 쯤 취재 준비를 하러 갔을 때는 진행하는 스텝들만 보이고 시민들은 별로 없더군요.
역시 비가 와서 많이 모이지 않는구나 걱정을 했는데  진행팀 관계자도 예상인원보다 적은 6천명이 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7시 반이 가까워 오면서 하나 둘씩 시민들이 늘어났습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우비 3천 장이 30분도 채 안되어 동이 날 정도였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비를 맞으면서도 자리에 참석한 것을 보면 '4대강 사업 반대'는 국민들의 부동의 여론임을 확인한 셈입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상식'은 정부가 아무리 마을 주민들과 공무원들을 동원해 4대강 찬성 데모를 이끌고, 이런 저런 4대강 홍보를 강화한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 진실입니다.

시민들은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나누어 쓰고, 초가 꺼지지 않게 손으로 비를 막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비를 맞으며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4대강 반대를 외치지 않았을까요.

남동생을 데리고 집회 현장에 온 중학생 친구도 있었습니다. 노원에서 온 박윤옥양(중1)은  "4대강 사업이 많이 안좋고 생태계를 파괴해 기분이 안좋아서 나왔다"면서 "(스님의) 소중한 생명을 잃으면서까지 4대강을 해서는 안된다"고 야무지게 말했습니다.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스님을 비롯 진명스님, 인명진 목사 서상진 신부 등 종교계 인사들과 생명살림 불교연대, 참여불교 재가연대, 서울 40여개 사찰 신도 등 불교계 인사들, 또 녹색연합, 환경 정의 등 환경단체 사람들, 굳이 이름을 거론할 필요가 없는 정치계 인사들을 포함 1만 여명이 이날 추모문화제에 참석했습니다.


예전에 '강의 노래를 들어라' 콘서트에서도 봤지만 명진스님은 공연을 듣거나 할때 중간중간 눈을 자주 감으십니다.
한나라당 안상수 외압에도 꿋굿이 맞선 명진스님은 온화한 얼굴 안에 굳은 심성을 가지신 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날도 여전히 온화한 얼굴을 유지하고 계셨습니다.
문수스님의 행장을 소개하는 진지한 자리에서 문득 몇몇 모자를 쓴 분을 제외하고 스님들은 굳이 우비 모자를 쓰지 않고 계시는 다는 사실을 발견! 혼자 살짝 웃었다는...





본행사는 각운스님의 '서원의 북'과 진명스님의 행장소개, 혜총스님의 추모사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생명사상을 고양시키기 위한 각운스님의 '서원의 북' 순서가 있었습니다. 서원의 북은 둥둥 북을 울리면서 국민들의 의식을 깨우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 죽비'인 셈이지요.

국민들 뿐만 아니라 정부도 이 북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리고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할 텐데요.

사회를 맡은 도종환 시인은 "문수스님이 고신공양의 가슴아픔을 비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문수스님의 극락왕생과 그 뜻을 이어받기 위해 묵념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동환스님의 천도의식은 불교적 제의라 대부분 듣지 못하였고,(제가 기록한 수첩에 ~#?<ㅁ※▽라고 쓰여있습니다ㅋㅋ) 다만 '4대강 개발 반대', '문수스님'정도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그 다음으로 회심곡은 8박자 가지런히 부르는 노래였는데, 분위기는 다분히 불교적인 노래인데 가사는 너무나'리얼'하고 현실적이라 사실 약간의 코믹적 요소가 있었습니다. 진지하게 들어야 하는데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부 내용입니다."단군이래 역리역천
                        한반도에 웬 대운하
                        워터웨이 수로물길
                        사기치고 사기치다
                        강살리기 또거짓말
                        국민반대 무시하는
                        막무가내 독불장군
                        알고보니 대운하요"













추모제는 예정된 두 시간을 넘겨 열시 반 정도가 되어 끝이 났습니다. 긴 시간동안 비를 맞으면서도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쓰레기와 의자들을 정리하여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광장이 깨끗히 정리됐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불교 행사라 불자들만 모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이날 광장에는 불자들 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4대강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여러 종교의 교리는 다 다르지만 인간의 문제에 관여해 인간을 고통스럽지 않게 하는 것은 모두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 자연의 문제에 있어서는 모든 종교가 함께 할 수 밖에 없다고 말이죠.

개발과 돈,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보다 자연과 생명, 호혜적 가치가 더 중시되는 사회를 위해,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4대 종단 뿐만 아니라, 좌.우도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