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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소

'그린캠퍼스'라면 이 정도는 돼야!

'2010 경기도그린캠퍼스 국제포럼'에서 호주, 영국, 일본 대학 사례 소개 


#1.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은 헤딩톤, 휘틀리, 하코트힐캠퍼스 사이에 영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버스 서비스를 운영한다. 초기에는 다른 교통수단 대신 브룩스 버스를 이용하는데 동참하지 않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버스가 이 지역의 주차비용를 줄이고 교통 문제를 해결하면서 모두가 애용하는 교통수단이 됐다.

#2. 일본 이와테 대학 학생들은 같은 현에 있는 기업들이 환경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조언을 한다. 학생들이 준전문가 수준의 환경 지식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 대학의 환경인재육성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환경관리 실무가'로 키우고 있다. 학생들이 실시한 ‘웜비즈’(겨울철 난방기 28도 이하 설정)운동은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따르고 있을 정도다.

#3. 호주국립대학은 ‘그린대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150만 달러에 달하는 펀드 기금은 온실가스와 에너지 감축, 물 절약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에 지원된다. 취지에 공감한 여러 호주 기업들이 이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에너지 절감에 참여할 방법이 없었는데 ‘그린대출펀드’로 그 길이 열린 셈이다.

경기도와 환경부가 주최하고 경기도그린캠퍼스협의회와 명지대학교, 영국문화원이 주관한 이 날 행사에는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와 녹색연합, 경기개발연구원 등 단체들이 참여했다.


이 사례들은 모두 영국과 일본, 호주의 대학들이 펼치고 있는 ‘그린캠퍼스’ 활동의 일환이다. 해외의 우수한 그린캠퍼스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활동에의 적용 방안을 모색하는 ‘2010 경기도그린캠퍼스 국제포럼’이 15일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에서 열렸다.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의 지속가능성 관리자와 일본 이와테 대학의 환경프로젝트 기획자, 호주국립대학의 에너지&지속가능성 부서 관리자가 참가해 각 대학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린캠퍼스’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대학캠퍼스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시작돼 현재 우수한 성과들을 도출하고 있으며 한국은 2006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현재 초기 단계다.

옥스퍼드 브룩스, 지역 문맹 퇴치와 치안 활동까지

세 대학의 그린캠퍼스 운동은 공통적으로 ‘학생 참여’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줄이기, 물 절약 등 직접적인 환경 관리를 넘어, 그린캠퍼스를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의 개념으로 확대해 활동을 펴고 있다. (앞으로는 ‘그린캠퍼스’ 운동을 각 대학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환경관리계획’, ‘환경관리시스템’ 등의 용어로 설명한다.)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은 헤딩톤, 휘틀리, 하코트힐캠퍼스 사이에 영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버스 서비스를 운영한다.


해리엇 워터스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 지속가능성 관리자는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일은 대학의 활동 중 가장 도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순수한 긍정적 영향(net positie impact)을 끼친다’는 옥스퍼드 브룩스의 비전은 다수의 사회 공헌 활동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은 사례에서 언급된 브룩스 버스 서비스 외에도 지역 주민들의 문맹률을 높이거나 치안문제를 해결하는 등 다수의 기업 책임 활동들을 진행한다. 제3세계 제조자를 돕는 공정무역거래 제도를 학교에 도입해, 2003년에는 세계 최초의 공정거래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리엇 워터스는 “이러한 활동들은 온실가스 감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나, 모두 지속가능성을 위한 이니셔티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의 책임은 우리의 모든 행동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우리 대학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에 학교 당국의 고차원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브룩스는 최근 대학의 향후 10년 과제를 담은 ‘지속성 보고서 2010’을 발간하기도 했다.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은 ‘기업 책임 거버넌스 체계(CRSG, Corporate Responsibility Governance Structure)’를 갖추고 있다. 최상위 조직으로 ‘기업책임운영위원회’가 있고, 6개의 하위 조직 중 ‘환경자문위원회’가 있다. 환경 관리를 책임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반영돼 있다.

이와테 대학, 학생들을 환경전문가로 육성

일본 이와테 대학은 학생들을 그린캠퍼스 활동의 ‘협력자’가 아닌 ‘주체’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환경관리 학생위원회 EMSC(Environment management student committee)소속 47명의 학생들은 이와테 대학의 환경관리 시스템(EMS)의 정식 멤버로서 환경 관리의 전 영역에서 ‘실권’을 행사한다. 학생위원회는 환경관리 프로그램을 계획(Plan)하고 실행(Do)하며, 실태를 점검(Check)하고 보고서를 발간하는(Act) 4단계 ‘PDCA 순환’ 과정에 모두 참여한다.

환경관리 학생위원회 EMSC학생들이 이와테현 주정부,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웜비즈 운동’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다.


학생위원회 학생들의 최근 주요 활동으로 ‘ISO 내부감사’가 소개됐다. 작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이와테 대학은 환경영영에 대한 국제규격인 ISO14001 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 과정에 학생들을 ‘내부감사’로 활용했다. 이를 위해 ISO관련 학과를 개설해 학생들을 훈련시키기도 했다.

키요타카 나카시마 이와테 대학 환경프로젝트 기획자는 “ISO14001 인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이와테 대학의 노력을 증명하기 위함”이라며 “환경관리 운영의 실질적 활동에 학생들이 참여함으로써 에코마인드를 키울 수 있고, 인증을 받게 되면 그 파급효과들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환경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 만드는 이와테 대학의 환경인재육성 프로그램(ESD,  Environment Specialist Development)도 주목할 만하다. 키요타카 나카시마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환경적인 역량을 가지고 환경관리나 보고서 작성 능력을 갖춘 환경인재를 육성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조직법을 배우는 11개 과목과, 환경관리 시스템의 기본적 지식을 배우는 11개의 과목, 그리고 각종 세미나와 지역사회와 연계된 인턴십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과정을 모두 수료할 경우 학생들은 ‘환경관리 실무사’ 자격증을 받는다.

키요타카 나카시마는 “그린캠퍼스 활동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희망사항을 중시한다”며 “학생들도 체험을 통해서 리더십과 커리어 등 능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과 달리 ‘학생이 원하고 있다’는 말이면 내부에서 반대하는 일이 없어졌다”며 그린캠퍼스 활동 후 달라진 분위기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호주국립대학 “부총장도 분리수거 한다”

“고등 교육 기관은 지속가능성 영역에서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사회를 교육하고 이끌어갈 위치에 있다.” (The higher Education sector is in a position to both educate and lead the wider community in the area of sustainability through collaborative partnership programs.)

존 설리반 호주국립대학 에너지&지속가능성 관리자는 대학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지었다. 그는 “우리 대학은 부지가 145헥타르로 굉장히 넓고, 교직원과 학생 수도 17000여 명이나 되 여지없이 가장 큰 소비주체”라고 인정하면서 “대학 전역에 걸쳐 에너지, 물, 구매활동, 폐기물 관리 등 모든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학은 특히 대학 내‧외부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외부 협력으로는 열 개의 국제 연구대학이 모여 공부를 하는 ‘국제연구대학협의회’ 등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이나 인턴 프로그램들이 있다. 학교 내부에도 ‘오가닉 가든’이라는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학생 공동체나, 교직원들이 각자의 전공 지식을 환경과 접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다양한 협력체들이 있다.

존 설리반은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환경관리가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며 “협력하여 각각의 분야에서 상황에 맞는 것을 고안하고, 지역사회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에서부터 높은 교직원들까지 환경관리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분리수거를 하는 부총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래야 성공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좌)호주국립대 부총장이 분리수거를 하는 모습.

(우)이와테대학 총장이 학생들에게 그린캠퍼스 관련 홍보물을 나누어주는 모습.




그는 그린캠퍼스의 핵심 요소로 계획과 감사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계획이 없다면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에너지와 자원을 집중할 수도 없다. 또 어떠한 환경관리 계획이든 감사가 중요하다. 감사가 잘 되지 않아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우리의 활동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공유할 수 있어야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예산 문제에 대한 참가자들의 질문들에 대해서는 “어떤 대학에서든 예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수익률을 극대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질적으로 환경, 경제, 사회의 가치를 증대한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대학들이 나아갈 방향

세 대학의 사례들은 그린캠퍼스 운동을 단순히 자원절약과 깨끗한 환경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 등의 개념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잔디를 깔고 주차장을 지하에 만드는 등 눈에 보이는 조경 사업에만 치중하는 대학들에는 진정한 그린캠퍼스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초기 단계인 국내 그린캠퍼스 활동이 방향을 잡는데 좋은 롤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례발표 후 패널토론 시간. 토론에는 이상헌 한신대 교수, 고재경 경기개발 책임연구원, 윤기돈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국장, 신윤관 경기도그린캠퍼스협외회 사무처장 등 12명이 참가했다.


사진사례 발표가 끝난 후 패널토론에서 고재경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 대학의 그린캠퍼스 활동은 모든 캠퍼스 활동 영역에 녹아들어 있었다”며 “그린캠퍼스의 비전이 대학 활동의 모든 요소와 의사결정 과정에 녹아들어가는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본 사례들이 주는 시사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기돈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할 때 지역 주민이나 공동체 구성원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 어떤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한 과제”라면 “이제 막 시작된 그린캠퍼스 활동을 당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학생과 교직원이 따라오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이종경씨(중앙대 경제학과, 2년)는 “그린캠퍼스와 관련한 국제 포럼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내일(16일) ‘그린캠퍼스대학생협의회’ 창립총회가 있다. 여기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들을 함께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원씨(명지대 식품영양학, 3년)도 “‘탄소를 잡아라’라는 학교 환경 대회에 참여하면서 기후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그린캠퍼스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학생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자리였다”고 말했다.